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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멘토] 영화의 서술 구조, 레너드의 심리 그리고 주제와 메시지

by 아몬드봉봉 2024. 11. 26.

영화 메멘토 한국 공식 포스터

 

영화 [메멘토]는 관객의 사고를 철저히 뒤흔드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잃어버린 기억과 뒤틀린 진실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여정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스릴러의 범주에 머물지 않습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핵심인 "기억"이라는 테마를 연구하며, 과연 우리의 진실이 어디까지,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믿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합니다.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는 영화의 비선형적인 구조에 매료되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머리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퍼즐을 푸는 감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이와 같이 [메멘토]를 통해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을 글을 통해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영화의 서술 구조: 기억의 퍼즐 맞추기

[메멘토]의 가장 큰 특징은 비선형적인 서술 방식입니다. 영화는 컬러와 흑백 시퀀스를 교차하며 현재와 과거를 나란하게 보여줍니다. 관객은 컬러 장면에서는 앞으로, 흑백 장면에서는 뒤로 시간을 따라가며 두 흐름이 하나로 합쳐질 때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레너드(가이 피어스)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어서 새로운 정보를 10분도 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대신할 단서를 얻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단서들마저 그의 기억과 진실을 왜곡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이 남긴 단서를 맹목적으로 믿고 행동하지만, 관객은 점점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고 의심을 품게 됩니다. 영화가 이러한 구조를 취한 이유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고 봅니다. 관객이 레너드와 같은 혼란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관객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그 시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런 방식을 통해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머릿속은 계속 복잡한 퍼즐 조각들을 맞추느라 바쁘지만, 퍼즐을 다 맞췄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도 모든 것이 다시 뒤집히는 독특한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레너드의 심리: 복수인가, 정체성인가?

레너드는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행동은 복수라는 목표를 넘어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처럼 보입니다. 레너드에게 복수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는 그는 매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복수라는 목적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의 메모와 문신은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레너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복수라는 목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일부러 진실을 외면합니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레너드의 심리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하지만, 그의 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복수의 목적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정직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의 선택은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영화는 레너드의 심리를 통해 복수와 정체성이 뒤엉킨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줍니다.

 

주제와 메시지: 진실의 상대성과 자기 기만

[메멘토]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레너드가 믿고 있는 진실이 누군가의 조작에 의한 것인지, 혹은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됩니다. 레너드는 끊임없이 진실을 찾으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진실을 왜곡하고 기만합니다. 이는 단지 레너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기억을 편집하고, 선택적으로 진실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레너드가 복수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관객은 섬뜩한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그의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메멘토]는 단순히 복수와 기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우리의 삶을 조작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레너드의 여정은 결국 우리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진실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일까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합니다.